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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들의 이야기(비회원용)

[추천 시] 박성우_아직은 연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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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직은 연두
-박성우


 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
 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십는
 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
 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
 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
 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 풋풋한 연두,
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
 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
 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
 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
 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
 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
 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
 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,
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
 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 
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
 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
 시시콜콜,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
 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
 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, 연두
 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
 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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